한국형 국부펀드 뜬다...매년 6천억 신산업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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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본금 20조원 이상 설정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마중물
KIC에 ‘전략투자 계정’ 신설
정부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공공기관 주식과 물납주식을 활용해 20조원 이상 규모의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를 조성한다. 반도체·인공지능(AI)·원전 등 국가 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직접 투입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31일 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판 국부펀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KIC)에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분리된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한다. KIC가 지난 20년간 축적한 전문성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정부는 해외 외화자산 운용에 집중해온 저축형 국부펀드에서 벗어나 국내 전략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전략형 국부펀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초기 자본금은 정부가 보유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공공기관 주식 약 16조원과 상속·증여세 대신 받은 물납주식 약 4조원을 현물 출자해 마련한다. ▶ 관련기사 2026년 4월 7일자 A10면
공기업 출자에 따른 연간 배당금 약 5000억원과 물납주식 매각액 1000억원을 합해 국부펀드는 매년 약 6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투자 대상은 반도체·AI·소재·부품·장비·원전·우주항공·양자 등 전략산업과 데이터센터·에너지 클러스터 등 기간 인프라, 경제안보와 관련된 해외 공급망 기업 등이다. 은행·보험 등 금융업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별도의 만기나 청산 시점을 두지 않아, 기업의 스케일업 단계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초장기 인내자본’ 방식으로 운용한다. 단순한 대출이나 보증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보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필요할 경우 기업 경영에도 의견을 제시한다.
민경설 재경부 혁신성장실장은 “전략형 국부펀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수익성과 산업 발전, 잠재성장률 제고를 함께 추구한다”며 “앞으로 재정 부담의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 수익을 통해 해결하는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국민성장펀드·모태펀드 등 국내 정책펀드, 해외 국부펀드·자산운용사 등 글로벌 투자자본 등과 공동투자도 추진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투자 결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도 방점을 뒀다. 정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큰 틀에서의 전략산업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개별 투자 여부는 KIC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다음 달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 이후 시행령 개정과 투자체계 마련을 거쳐 내년부터 전략형 국부펀드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