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떠나는 이재원 원장 "AI시대 韓 핵심자산 '데이터'…반도체 호황 여유 있을 때 구조개혁 적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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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떠나는 이재원 원장 "AI시대 韓 핵심자산 '데이터'…반도체 호황 여유 있을 때 구조개혁 적기"[인터뷰]
반도체, 지속가능한 소득 되려면 "기술 우위·공급망 지배력 필요"
대기업·고숙련 인력 등에 혜택 집중될 수 있어
"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소득과 시간, 구조개혁에 써야"
"韓 강점인 제조 데이터와 AI 결합 시 경쟁력 확보"
잠재성장률 하락, AI 보완 수단…기존 문제해결 병행 필요
"다음 글로벌 금융위기, 국채시장에서 촉발될 가능성 커" 경고
비은행금융기관 국채 보유, 달러 스테이블코인 성장 등 변수
"정부부채 지나치게 높으면 통화정책도 제약"
입시경쟁과 연명치료, 기업혁신과 최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이재원 원장이 몸담은 3년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구조개혁 논의의 중심에 섰다. 저출산·고령화, 생산성 둔화와 같은 문제 해결엔 '골든타임'이 있다는 이 원장의 절박한 심정이 작용한 결과다. 덕분에 지난 3년 한은 경제연구원의 연구 범위는 단기 경기와 통화정책 분석을 넘어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로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의 역량이 강화됐고 대외 연구 네트워크도 확대됐다.
지난달 30일 한은에서 만난 이 원장은 "싱크탱크로서 우리 경제의 문제를 고민하고 사회적 논의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됐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공은 개별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에게 돌렸다. 대내외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한은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답이 아닌 질문"이라며 정책 현장에서 얻은 질문을 다시 엄밀한 학술연구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 원장의 고민과 포부를 들어봤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때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어렵고 완충장치를 마련할 여력도 제한된다"며 "오히려 평시, 특히 반도체라는 외부 호황으로 여유가 생겼을 때가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 구조개혁의 적기"
최근 우리나라 경제를 논하면서 반도체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원장은 최근과 같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국면에선 ▲이 호황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 소득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 ▲반도체 이익이 투자·고용·소비를 통해 국내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할 것인가 ▲그 성과가 기업·산업·계층 간에 얼마나 폭넓게 공유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실질 국민소득이 크게 증가한 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동일한 생산량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긍정적이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소득 증가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구조적 소득으로 전환하려면 기술 우위와 공급망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반도체에서 품질과 수율, 대량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다. 이 원장은 "이런 우위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한시적인 기회"라며 "경쟁국과 후발 기업이 따라오기 전에 단순한 증설과 물량 경쟁을 넘어 설계, 차세대 메모리, 저전력 AI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황의 혜택이 대기업과 고숙련 인력, 관련 기업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반도체는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이어서 생산과 수출이 크게 늘어도 고용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다. 이 원장은 "거시지표는 빠르게 좋아지지만 일부 가계와 자영업자, 비수도권에서는 경기 회복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도체라는 외부 호황이 벌어준 소득과 시간을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혁신, 인력 양성, 지역경제와 내수 회복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이번 호황이 일시적인 수출 증가를 넘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위기 때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어렵고 완충장치를 마련할 여력도 제한된다"며 "오히려 평시, 특히 외부 호황으로 여유가 생겼을 때가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전 국민 건강보험 데이터와 방대한 병원 임상자료는 바이오산업과 AI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안전하게 연계해 기업과 연구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원본보기 아이콘"韓 제조 데이터와 AI 결합 시 경쟁력 확보"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할 한국의 핵심 자산으로는 '양질의 데이터'를 꼽았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 생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풍부하다"며 "안정적으로 대규모 생산을 수행하는 제조 역량과 정밀한 공정 관리 능력, 숙련된 기술 인력,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제품과 공정에 빠르게 적용하는 실행력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제조 데이터와 AI를 결합하면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공장과 같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와 금융, 물류, 콘텐츠처럼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된 서비스 분야에서도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고 봤다. 대표적인 예가 의료·바이오 분야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단일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축적된 전 국민 건강보험 데이터와 방대한 병원 임상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높은 국가적 자산으로, 바이오산업과 AI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강화해야 할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더 많이 모으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안전하게 연계해 기업과 연구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라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간 균형을 마련하고 AI 인재와 컴퓨팅 인프라를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한국의 강점은 기존 산업에 축적된 데이터와 현장 역량을 AI와 결합해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AI는 인구감소에 적응하기 위한 보완 수단"이라며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건강수명 연장, 노동이동과 재교육, 서비스산업 혁신, 지역경제 활성화, 연금·의료·재정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잠재성장률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본보기 아이콘잠재성장률 하락 추세, 반전 열쇠는 "AI 생산성 효과 확산"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AI가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는 AI의 생산성 효과에 달렸다고 봤다. 이 원장은 "AI의 생산성 효과는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얼마나 넓어지는지,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는지, 업무 절차와 조직을 함께 혁신하는지, AI가 사람을 단순히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능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업무에서는 이미 시간 절약과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이 기업과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과거의 범용기술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확산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원장은 AI가 장기적으로 인구감소의 경제적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전환기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AI가 충분히 확산되기 전에 노동력이 먼저 줄어들 수 있고, 숙련 인력의 은퇴와 신규 노동력 감소로 산업별·직종별 인력 부족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돌봄·의료·건설·운송·외식처럼 대면 접촉이나 신체적 작업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현재의 생성형 AI만으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
그는 "연금·의료·장기요양 지출과 돌봄 수요는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결국 AI는 인구감소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대체재라기보다 인구감소에 적응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보완 수단"이라고 짚었다. AI의 확산과 함께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건강수명 연장, 노동이동과 재교육, 서비스산업 혁신, 지역경제 활성화, 연금·의료·재정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잠재성장률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거시경제에 순차적 수요-공급-금융충격 줄 수 있다"
이 원장은 보다 짧은 시계에선 AI가 거시경제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초기에는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충격이 나타나고, 성공적으로 확산하면 생산성 충격으로 전환되며, 기대가 지나쳤다면 금융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에는 수요충격의 성격이 강하다"며 "생산성 향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소프트웨어와 전문인력에 대한 투자가 먼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와 전력수요, AI 관련 인력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단기적으로 총수요와 생산 비용을 높이고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다음엔 긍정적인 공급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원장은 "기업이 AI에 맞춰 업무절차와 조직을 개편하고 기술이 서비스업과 중소기업까지 폭넓게 확산하면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며 "이 단계에서는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세 번째는 금융충격의 가능성이다. 현재 AI 관련 기업의 가치평가와 투자는 미래의 높은 생산성을 상당 부분 미리 반영하고 있어 생산성 향상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와 신용시장이 급격히 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AI 관련 기업에 집중된 높은 가치평가와 레버리지, 사모신용 등으로 연결된 금융구조가 시장 하락을 증폭할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정부부채는 GDP와 비교해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고령화 등이 재정을 빠르게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재정 여력을 안심의 근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연금·의료·조세와 지출구조를 미리 개혁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본보기 아이콘"다음 글로벌 금융위기 온다면…국채시장 경계해야"
위기는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국채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유동성 경색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먼저 주목할 건 국채 공급이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94%까지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29년에는 세계 공공부채가 10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고령화와 국방비, 기후·에너지 전환, 산업정책, 늘어난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주요국의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단기간에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글로벌 저축 과잉(saving glut)과 중앙은행의 대규모 국채매입이 늘어난 국채를 흡수했으나, 지금은 지속적인 재정적자로 국채 공급과잉(bond glut)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중앙은행이 대규모 순매입으로 이를 흡수해 주는 환경도 약해졌다"며 "이는 장기 국채금리와 기간프리미엄에 구조적인 상승압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는 세계 금융자산 가격의 기준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채 보유 주체가 변화했다는 점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요인이다. 이 원장은 "헤지펀드와 투자펀드 등 비은행금융기관은 레버리지와 단기자금에 상대적으로 많이 의존한다"며 "금리가 급등하면 증거금 납부를 위해 국채를 급히 매각하고, 가격 하락이 다시 추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평상시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던 기관이 위기에는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도 새로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발행사는 준비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 단기국채와 국채 담보 환매조건부채권(Repo), 은행예금 등을 통해 운용한다"며 "평상시에는 국채 수요를 늘리지만 신뢰가 흔들려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준비자산을 급히 매각해야 하는데, 이 경우 '환매?국채 매각?가격 하락과 유동성 악화?추가 환매'의 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한국 역시 이런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봤다. 국내 재정위험이 당장 크지는 않지만,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장기금리와 회사채금리에도 상승압력이 생기고,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가 겹치면 환율과 자본흐름, 실물경제로 충격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경기와 물가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지도 제약받을 수 있다"며 "결국 앞으로의 금융위기는 위험자산의 부실이 안전자산으로 번지는 전통적인 형태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여기던 국채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하는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부채 지나치게 높으면 통화정책도 제약
정부부채가 지나치게 높으면 통화정책도 제약받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정부부채가 GDP에 비해 지나치게 많으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정부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국채가격이 하락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재정과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 때문에 충분히 올리지 못할 수 있다. 이게 전통적으로 말하는 '재정지배'"라고 강조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정부가 늘어난 부채를 앞으로 세금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여 감당하겠다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우다. 그는 "이때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지출이 증가하고, 이는 정부부채를 더 늘리는 악순환을 만들어 물가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못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금리 인상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올리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한국 정부부채가 GDP와 비교해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어서 당장 이런 위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고령화로 연금·의료·돌봄 지출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성장 둔화로 세입 기반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법과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GDP 대비 49.4%에서 2072년 173.0%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도 별도의 장기 시나리오에서 개혁이 없으면 정부 부채비율이 2050년 90~130%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두 전망은 부채의 정의와 전제가 서로 다르고 확정된 미래도 아니지만, 고령화가 재정을 얼마나 빠르게 압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현재의 재정 여력을 안심의 근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연금·의료·조세와 지출구조를 미리 개혁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취약계층을 부채와 유동자산, 소비구조, 주거 형태, 연령과 고용상태에 따라 세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긴축이 누구에게 아픈가'뿐 아니라 '물가를 잡지 못하면 누가 더 아픈가'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원본보기 아이콘"취약계층 세분화해 물가·금리 영향 분석할 것"
이 원장은 8월 중순 한은을 떠나 서울대 교수로 복귀한다. 그는 복귀 후 물가와 금리 부담이 누구에게 더 크게 돌아가는지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볼 생각이다. 물가 상승에 대응한 금리 인상은 부채가 많고 소득이 불안정한 가계에 큰 부담을 준다. 그러나 높은 물가를 방치해도 필수품 소비 비중이 높고 물가 상승을 방어할 실물자산이 적은 취약계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한국에서도 취약계층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보다 부채와 유동자산, 소비구조, 주거 형태, 연령과 고용상태에 따라 세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긴축이 누구에게 아픈가'뿐 아니라 '물가를 잡지 못하면 누가 더 아픈가'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기업의 가격결정과 통화정책의 작동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다. 그는 "AI가 확산하면 더 많은 기업이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격을 자주 조정할 수 있고, 경제 전체의 가격도 과거보다 신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금리 변화가 생산과 고용보다 물가에 더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성장과 고용의 희생은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정책의 작은 오류가 물가에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런 변화가 통화정책의 목표 간 상충관계와 정책운영체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검토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로봇보다 급한 700% 부채"…본사 사옥까지 파는 ...산업구조가 영구적으로 바뀌는 전환기에 통화정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AI, 고령화, 탄소중립과 공급망 재편은 일시적인 경기변동이 아니라 사람과 자본이 산업 사이를 이동하게 만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다. 이 원장은 "이런 전환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생산·고용·물가가 복잡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통화정책이 경제구조의 최종 방향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전환의 속도와 비용, 그 과정의 동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앞으로 중요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학교로 돌아가면) 학생들이 현실의 중요한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 양쪽에서 도움을 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운찬 교수, 김영식 교수와 함께 집필하고 있는 거시경제학 교과서 '거시경제론'의 개정 작업도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 원장은 "개정판을 낼 시기가 이미 지났는데, 한은에서 근무한다는 핑계로 두 분께 오랫동안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래도 중앙은행에서 직접 경험한 통화정책과 경제정책의 현실을 반영하면 기존 교과서에 보다 풍성하고 생생한 내용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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