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리고 인버스 탔다가 피눈물”…ETF로 본 상반기 투자 승자와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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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락 베팅 인버스 86% 손실
“AI 랠리 아직”…생태계 확산 전망
올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선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올라탄 투자자들이 웃고, 증시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한 달여간은 AI·반도체를 중심으로 차익실현과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단기 수익률 흐름은 연초 이후 성과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KRX) 데이터마켓의 ‘ETF 전종목 등락률’ 자료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날까지 국내 상장 ETF 1040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률 상위권은 AI·반도체·IT 관련 ETF가 사실상 휩쓸었다.
이 기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TIGER 200IT레버리지’로 연초 대비 235.46% 급등했다. 이어 ‘HANARO Fn K-반도체’(158.89%), ‘RISE 네트워크인프라’(146.45%),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139.54%), ‘KODEX 200IT TR’(137.60%)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20개 ETF 가운데 상당수가 반도체와 IT, AI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연초 이후 AI 투자 확대와 국내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서 관련 ETF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에는 일부 기술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업종 간 순환매가 이어지면서 단기 성과는 연초 누적 수익률과 다소 엇갈리고 있다.
반면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상품은 증시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ETF였다.
수익률 최하위는 ‘KIWOOM 200선물인버스2X’로 86.0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어 ‘PLUS 200선물인버스2X’(-85.94%), ‘KODEX 200선물인버스2X’(-85.85%), ‘TIGER 200선물인버스2X’(-85.56%), ‘RISE 200선물인버스2X’(-85.32%) 등이 나란히 80%대 손식률을 보이며 하위권에 포진했다.
일반 인버스 ETF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TIGER 인버스’(-56.62%), ‘KODEX 인버스’(-55.84%), ‘ACE 인버스’(-55.27%), ‘HANARO 200선물인버스’(-55.11%) 등이 일제히 5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온 영향으로 하락장에 베팅한 인버스 ETF의 누적 손실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가 오를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인 데다,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곱버스 ETF는 복리효과까지 겹치면서 상승장이 길어질수록 손실 폭이 더욱 확대됐다.
다만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인버스 ETF의 단기 수익률은 개선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구조적 특성도 상반기 관련 ETF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상품은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리밸런싱 거래를 반복하는데, 자산 규모(AUM)가 커질수록 리밸런싱 규모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가격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목표 노출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리밸런싱 거래를 실시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그 규모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라며 “특히 자산 규모(AUM)가 커질수록 동일한 주가 변동에도 리밸런싱 규모가 비례해 증가해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구조적으로 리밸런싱 거래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으며, 주가 상승으로 순자산이 커질수록 그 영향도 커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위험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ETF 투자 성패를 가른 핵심 키워드가 ‘AI’와 ‘방향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AI·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지만, 연초부터 누적된 수익률에서는 AI 관련 ETF의 우위가 여전히 뚜렷하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 열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빅테크 실적을 통해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가 재확인된 데다 글로벌 투자자금도 반도체와 AI, 기술주 ETF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전력 인프라 등 AI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초점도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로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AI 투자 사이클이 실제 기업 실적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국면으로,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장성이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