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악순환 반복될라" 보험사들 간병보험 보장 축소
매일경제-경제 · 2026-08-31 18:0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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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초반 가입자 유치경쟁 후폭풍
손해율 급등에 보장한도 줄여
"간병특약 상품설계 단계서
부정수급·사기 예측못해"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2023년 출시 당시 하루 20만원이던 간병인 사용 입원일당 특약의 보장 한도를 지난해 15만원으로 낮췄다. DB손해보험도 최근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축소했다. KB손해보험은 2023년 10만원으로 선보인 뒤 한때 15만~20만원까지 한도를 높였지만 지난해 6월부터 다시 10만원으로 내렸다.
보험사들이 잇달아 보장을 줄이는 것은 간병 수요 증가와 함께 보험금 지급액이 예상보다 빨리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판매 초기에는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장 한도를 경쟁적으로 높였지만 지급 이력이 쌓이면서 손실 위험이 커지자 다시 보수적으로 상품을 설계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는 특히 실손보험이 겪었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성장했지만 비급여 의료 이용 증가와 과잉 진료, 일부 부정청구 등이 맞물리면서 손해율이 점점 높아졌다. 보험사들은 해마다 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렸고 가입자들의 반발이 커질 때마다 상품 구조를 뜯어고쳤다. 보험금 누수가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와 보장 축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간병보험 역시 보험금을 실제 간병비와 연동하지 않고 정해진 금액을 하루 단위로 지급하는 구조인 만큼 도덕적 해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병보험 시장은 고령화로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 "보험금 누수를 방치하면 결국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장을 줄이는 방식으로 손실을 메워야 한"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에 간병보험 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연말까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간병보험 부정수급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상품 설계 단계부터 사기와 도덕적 해이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병인 특약은 판매 역사가 짧아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행태나 부정수급 가능성을 판단할 충분한 경험 통계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험사가 상품을 설계할 때 경제 상황이나 가입자의 행동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보험사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험사 간 관련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병연 기자 / 박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