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국민성장펀드도 이제 시작인데…쏟아지는 ‘닮은꼴’ 정책펀드 [기자24시]
매일경제-경제 · 2026-09-01 09:50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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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는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출범하자마자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펀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5년간 200조원을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한다. 금융당국은 매년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실제 집행된 금액은 아직 2조 8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이 펀드는 탄생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신생 펀드다. 또 투자를 요청한 기업마다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제각각이라 집행까지 시차가 생길 순 있다. 문제는 국민성장펀드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데, 다른 정부 부처들이 비슷한 기능의 펀드와 기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단 점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각각 도입하겠다고 내세운 20조원 규모의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와 200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이 대표적이다. 둘 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에 장기 자금을 넣겠다고 한다. 정책 홍보하기야 좋겠지만 도대체 국민성장펀드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사 펀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통상부의 산업성장펀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혁신펀드, 방위사업청의 방산기술혁신펀드 등도 줄줄이 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 어느 창구를 찾아가야 할지 혼란스럽지 않을까. 투자 대상이 중첩되면 전반적인 정책펀드 운용상의 비효율도 생겨날 수 있다.
과거 정책펀드의 성과가 뚜렷하다면, 그나마 펀드가 우후죽순 생기는 걸 이해하겠다. 하지만 8년 전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성장지원펀드는 아직 청산 실적이 전무하다. 대대적으로 띄운 뉴딜펀드는 투자액 대비 회수액 비중이 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후임 윤석열 정부가 조성한 혁신성장펀드, 반도체생태계·원전산업성장펀드는 짧은 임기와 맞물리며 조성된 금액이 제대로 투자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며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잊힌 펀드가 한둘이 아닌 셈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기존 펀드에 대한 성찰이다. 과거 펀드의 실패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이미 만들어놓은 펀드가 제대로 빠르게 투자되고 있는지, 혹시 특정 분야 투자 쏠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나아가 범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펀드 운용을 위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희수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