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상철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기나긴 공급과잉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 전반의 구조적 개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대한유화, LG화학, SK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오전 장중 6%에서 최대 10%대까지 동반 상승하는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은 그동안 원재료 가격 변동과 글로벌 수급 불균형에 시달려온 석유화학 업계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점을 자본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유분 생산 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의 감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기업 간의 사업재편을 통한 생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전날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한국의 미래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유례없는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업황 부진이나 경기 사이클에 따른 단기적 하락 국면이 아니다. 이는 과거의 물량 중심 성장 모델이 가진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단기적이고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의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생산설비의 과감한 통폐합을 통해 잉여 과잉설비를 축소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존의 범용 제품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반도체, 이차전지(배터리),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첨단 미래 전방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된 고부가가치 소재와 저탄소 공정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이는 기존의 범용 화학 제품군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범용 화학 제품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국제 유가 등 원재료 가격의 급등락, 글로벌 수급 상황, 그리고 특히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 속도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외부 변수에 의해 실적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이러한 이익 구조로는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IBK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요 화학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등 첨단 소재 사업으로의 영역 확대가 가지는 실질적인 의미를 새롭게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화학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를 단순히 신규 성장 동력을 하나 더 추가하여 외형적인 매출 규모를 확대하려는 차원으로 축소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는 전사적인 이익 창출 구조 자체를 완전히 뒤바꾸는 근본적인 포트폴리오의 전환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 분야는 일반 범용 화학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산업적 특성과 시장 생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재 사업은 기본적으로 불순물이 거의 없는 초고순도의 품질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그 품질을 장기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품질 일관성, 그리고 까다로운 고객사의 품질 인증이라는 매우 높고 견고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극히 어려우며, 일단 고객사의 양산 공정에 채택되어 소재 공급이 시작되면 상황은 공급업체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특성상 소재의 미세한 변경이 전체 공정의 생산 조건이나 최종 칩의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사 입장에서도 공급업체를 쉽게 교체하지 못하는 강력한 록인(Lock-in) 현상이 발생하며, 이는 곧 해당 소재 공급업체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실적으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선 석유화학 산업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구조적 체질 개선이 향후 개별 기업 가치의 재평가와 중장기적인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투자 포인트에 주목하고 있다.
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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