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경제 · 2026-09-04 10:10
· #금융
금융위 이전 결정 또 미뤄…"수도권 잔류 최소화"
"금융은 집적 산업…서울 떠나면 정책·감독 역량 저하"
부산 정치권 벌써 유치전…2028년 총선까지 논란 재점화 우려도
세종행이 유력하게 거론돼 온 금융위원회의 이전 여부를 정부가 확정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가 4분기 중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결정하기로 하면서 금융위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 등의 향방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서울 잔류로 결론 나더라도 균형발전 논리와 지역 표심을 노리는 정치권 셈법이 맞물려 2028년 총선까지 이전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월2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지방이전 결사저지를 위한 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공동 대응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금융시스템 수호 및 위기 대응 실효성을 기준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금융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 이전은 확정됐지만 금융위를 비롯해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국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여부 결정은 다시 뒤로 밀렸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금융당국의 이전 여부에 대해 "오늘 언급하지 않은 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며 "4분기 중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8월 말 국무회의 상정이 예정됐다가 취소된 데 이어 9월 발표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결정은 또다시 4분기로 넘어갔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이번 발표를 서울 잔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재확인한 데다 윤 장관도 향후 논의를 거쳐 금융위를 이전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고 언급한 만큼 세종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서울 잔류가 좋겠지만 이전으로 방향이 정해졌다면 결론을 빨리 내 준비라도 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서 금융위가 빠진 데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와 성평등부는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돼 법 개정이 필요한 반면 금융위는 법 개정 없이도 이전할 수 있어 이번 발표에서 별도로 다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와 함께 세종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금감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잔류 제로' 발언에서 '10~11월 발표'로 수위를 낮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날 다시 '4분기 내 지방이전 및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못 박으면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의가 길어지면서 집적 산업인 금융의 특수성보다 정치 논리에 따른 지역 안배가 앞서는 것 아니냐는 금융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금융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전문인력이 가까이 모여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집적 산업이다. 금융회사와 관련 인프라가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지방으로 옮길 경우 정책·감독 역량 저하와 업무 비효율, 전문인력 이탈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견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에서 "금융회사 본점의 91.6%,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며 지방 이전 시 검사·감독을 위한 출장 증가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위기 대응력 저하도 문제로 꼽힌다. 2011년 저축은행 대규모 뱅크런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자정을 갓 넘긴 새벽부터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마련했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됐을 때도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이 새벽부터 긴급회의를 가동했다. 금융당국과 시장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공조와 대응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잔류를 주장하는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과 예보 등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 노조는 기자회견과 탄원서 제출 등 집단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에 직원 1679명의 서명이 담긴 지방 이전 반대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한다.
정부의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금융기관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지난 2일 금융위와 금감원, 산업은행 본범의 부산 이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정책·감독·정책금융 기능을 한데 모아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패딩 덜 꺼내나, 비 자주 오고 따뜻한 한국 겨울?...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 서울 잔류로 결론 나더라도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전론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며 "2028년 총선까지 정치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문채석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