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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거버넌스]① 그룹 재편에 이노베이션 ‘폭탄 떠안기’ 반복…주주는 지분 희석 가중

인포스탁데일리 · 2026-09-04 15:1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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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계획 없다”더니 이틀 뒤 360억…회사 “당시 유증도 검토” 베리스모 이어 HLB셀까지…적자 바이오·지분 희석 이노베이션에 반복 “순자산가치”라던 회사 해명, 평가서는 DCF…매출 1100만원→301억 전망 [인포스탁데일리=김문영 기자] HLB이노베이션이 적자가 누적된 HLB셀 지분을 HLB생명과학으로부터 사들이고, 이틀 뒤 생명과학에는 360억원 규모의 신주를 내주기로 했다. 그 결과 생명과학은 이노베이션 상장주식을 확보하지만 이노베이션은 적자회사 HLB셀의 사업위험과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떠안는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노베이션은 350억원을 빌려 생명과학이 보유한 HLB셀 주식 3422만여주(99.3%)를 362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8일엔 생명과학을 대상으로 360억원 규모, 276만여주의 유상증자를 연이어 결정했다. 이 중 350억원은 앞서 빌린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결국 외부자금 350억원은 며칠간의 시차를 메우는 역할만을 하는 셈이다. 거래가 끝나면 생명과학엔 HLB셀 지분 대신 이노베이션 지분이 들어오고, 이노베이션은 HLB셀 지분을 가져오는 대신 신주를 발행해준다. 이노베이션 신주 276만여주와 HLB셀 3422만여주의 단순 계산상 대응비율은 1대12.38이다. ◆ “유증 없다”더니 이틀 뒤 360억 공시 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6일 공시에서 향후 6월 이내 제3자배정 증자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불과 이틀 뒤 생명과학을 대상으로 3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더구나 28일 유증 공시에는 ‘증자결정 전후 6개월 이내 거래내역 및 계획’으로 26일 생명과학과 체결한 HLB셀 주식매매계약을 직접 언급하고 있어, 일각에선 애초 논란을 의식해 허위로 해당 내용을 공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노베이션 측은 “26일 당시 유상증자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었지만 발행가액과 배정대상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당초 해당 항목을 ‘예’로 기재했으나 구체적인 발행주식수와 지분율 변동까지 기재해야 한다는 거래소 안내에 따라 협의 끝에 ‘아니오’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 2년 전에도 희석…이번엔 거래 둘로 쪼개 HLB그룹은 과거 직접적인 주식교환 거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노베이션은 2024년 미국 베리스모테라퓨틱스와 관련해 HLBI USA를 이용한 삼각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당시 베리스모 주주들에게 발행된 이노베이션 신주는 5004만여주로, 유증 후 발행주식의 35.45%에 해당하는 지분 희석이 발생했다. 베리스모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온전히 연간 실적이 반영됐다. 지난해 베리스모의 매출은 4700만원에 불과한 반면 당기순손실은 375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노베이션 전체 연결 순손실이 337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리스모 한 회사의 순손실이 이노베이션 전체분보다도 컸던 셈이다. 이와 함께 이노베이션은 같은 해 베리스모의 운영자금 지원 등을 위해 네 차례에 걸쳐 총 328억원가량을 추가 출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노베이션은 HLB셀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다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바이오 사업 위험을 떠안았다. 그룹의 바이오사업 재편 과정에서 이노베이션 주주가 반복적으로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모양새다. 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위험 전가가 아닌 신약·세포치료제 사업에서의 선행 투자라고 답변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직과 실행계획은 편입 이후 계속 다듬어 나갈 과제라고 밝혔다. 이번 HLB셀 편입도 베리스모의 경우처럼 주식교환이나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만일 주식교환 방식이었다면 HLB셀 주식을 넘기는 대신 이노베이션 신주를 받는 교환조건이 하나의 거래에서 직접 드러나고, 현물출자 역시 HLB셀 지분의 평가액과 그 대가로 발행되는 이노베이션 신주의 가치가 정면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HLB셀 지분에 362억원의 현금가를 붙인 뒤 별도로 생명과학에 360억원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HLB셀 지분과 이노베이션 신주가 사실상 맞바뀌었지만 1대12.38이라는 대응관계는 두 공시를 연결해야 드러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두 거래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HLB셀 지분 양수가는 외부평가기관의 가치평가를 토대로 정했고 유증 발행가는 시장주가를 할인 없이 적용한 만큼, 1대12.38은 독립적으로 산정된 두 가격을 사후적으로 나눈 수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평가의견서의 내용은 회사 측 답변과 다르다. 회사 측은 답변에서 HLB셀 양수가액이 순자산가치 평가를 기준으로 산정됐다고 밝혔지만, 의견서는 수익접근법인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히려 의견서는 자산접근법이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반영하기 어려워 평가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HLB셀, 본업 5년 연속 적자에도 362억 평가 HLB셀은 지난해 매출이 1100만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216억원에 달했다. 생명과학이 HLB셀에 투입한 취득원가는 1206억원이지만 올해 상반기 별도재무제표상 장부가액은 455억원까지 떨어졌다. HLB셀의 영업손실도 계속 이어졌다. 2021년 28억원, 2022년 33억원, 2023년 29억원, 2024년 3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1년1300만원, 2022년 3억원, 2023년 14억원, 2024년 12억원을 기록하다 지난해는 1100만원으로 99%가량 급감했다. 한편 생명과학은 지난해 말 HLB셀 지분에 대해 74억원의 손상차손을 추가로 인식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HLB셀의 회수가능액 평가엔 현금흐름할인법(DCF)이 적용됐고, 생명과학 측은 평균 매출성장률 14.83%, 평균 영업이익률 83.11%를 주요 가정으로 삼았다. 수 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HLB셀 가치 산정에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전제로 삼은 것이다. 이번 362억원 지분거래를 위한 외부평가 역시 DCF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가에는 HLB셀이 제시한 향후 5개년 사업계획 등이 활용됐다. 지난해 11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올해 하반기 3억9200만원에서 2027년 29억원, 2028년 76억원, 2029년 173억원, 2030년에는 301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지난해 31억원이었던 영업손실도 2030년 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평가의견서는 HLB셀 측이 제시한 사업계획과 감사 받지 않은 재무제표 등을 기초로 작성됐으며, 제시한 평가액이 회사의 절대적인 가치나 장래 실적치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의견서상 HLB셀의 362억원 거래가가 모두 본업에서 산출된 것은 아니다. 평가기관의 기준 시나리오상 HLB셀의 영업가치는 83억원에 그쳤고 비영업용자산 가치는 374억원에 달했다. 즉 HLB셀의 금융자산이 지분가치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하고 있고, 본업가치는 HLB셀이 제시한 급격한 매출확대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노베이션 주주는 적자 부담과 함께 지분율 희석을 떠안게 됐다. 이번 유증으로 신주 276만여주가 추가 발행되면 총 주식수는 3451만여주로 늘어나 약 8%의 지분 희석이 발생한다. ◆ 합병 막혔지만…지분 재편은 계속 HLB는 지난해 4월 생명과학 흡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몰리면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전후해 생명과학은 비상장 자회사를 계열 상장사에 넘기면서 상장사 지분을 확보하는 거래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생명과학은 신화어드밴스 지분 100%를 HLB제약에 190억원에 넘겼고, HLB제약은 다시 같은 금액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생명과학에 신주 97만여주를 배정했다. 신화어드밴스 역시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지던 회사였다. 이번에는 HLB셀이 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하고 생명과학은 이노베이션 신주를 받는다. 비상장 자회사를 계열 상장사로 옮기고 생명과학은 해당 상장사의 지분을 가져오는 거래를 다시 반복한 모습이다. HLB 측은 이 같은 거래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사업적 타당성과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사전 검토하고 최종 결정은 각 상장사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내린다고 해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것과 특정 상장사 주주에게 그 비용과 위험을 반복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그룹 재편 과정에서 특정 계열사 주주에게 지분 희석과 사업위험이 일방적으로 집중된다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문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