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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블록체인 사실상 차단”…예탁원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 업계 ‘우려’

매일경제-증권 · 2026-09-08 09:35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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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비 금지로 이더리움 등 활용 불가 예탁원 노드 참여·승인 요구 병목 우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일 공개한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 로드맵에 발맞춰 한국예탁결제원이 내놓은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을 두고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예탁원이 밝힌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실상 차단하는 등 분산원장 기술의 구현 방식까지 통제하는 규제 방향이 한국 시장을 글로벌 시장과 단절된 갈라파고스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은 건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실상 원천 차단한 기술적 규제들이다. 가이드라인은 전자등록정보를 공동관리할 수 있는 참여자를 예탁결제원과 계좌관리기관으로 제한하고 이를 ‘프라이빗(Private) 분산원장’이라고 규정했다. 업계는 증권의 발행·이전 권한을 제한하는 문제와 네트워크 전체 참여자를 제한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차원이라고 보고 있다. 신원확인(KYC)을 마친 투자자만 자산을 보유하고 인가받은 금융회사만 발행·이전·동결 권한을 갖도록 설계하면 퍼블릭 네트워크 위에서도 얼마든지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같은 맥락에서 고객계좌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합의·검증 업무만 수행하는 전문 인프라 기업(밸리데이터)의 노드 참여를 제한한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 분산원장 기술에서는 거래 생성자, 계좌관리자, 합의검증자, 데이터 보관자, 네트워크 운영자의 역할을 나눌 수 있는데, 오히려 기술 전문기업이 금융회사보다 안정적으로 검증 인프라를 운영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선 네트워크 형태보다 자산과 권리행사에 대한 허가체계를 중심으로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은 토큰증권 전자등록업무 처리 과정에서 수수료나 시뇨리지 목적의 가상자산 생성 및 거래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이더리움의 이더(ETH), 솔라나의 솔(SOL), 캔톤의 캔톤코인(Canton Coin) 등 네트워크 수수료로 쓰이는 네이티브 토큰을 활용하는 퍼블릭 네트워크는 사실상 쓰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는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것과 금융기관이 뒤에서 수수료를 대납해 투자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가스비 추상화(Gas Abstraction)’ 기술은 위험 수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토큰증권 종목은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발행·유통해야 하고 다른 원장으로 이전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동일 증권의 중복발행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 자체는 타당하지만 이를 원장 간 이동 금지와 같은 문제로 취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장에서 물량을 소각하거나 잠근 뒤 다른 원장에서 동일 수량을 새로 발행하는 방식으로도 총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원장 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예탁결제원이 모든 분산원장에 총량관리 노드로 직접 참여하도록 한 조항은 확장성 우려로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처럼 소수의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할 때는 무리가 없지만 향후 각종 레이어2 블록체인으로 지원 대상이 늘어나면 예탁결제원이 모든 기술을 직접 구축·운영해야 해 결국 예탁결제원의 개발·승인 속도가 시장 전체의 기술 도입 속도를 좌우하는 병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 고유의 이벤트·함수 체계와 6자리-4자리-2자리로 구성된 계좌번호 체계를 의무적으로 구현하도록 한 조항 역시 업계에선 국내 총량관리를 위한 표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시장 핵심 구조로 만들면 해외 예탁결제기관이나 글로벌 블록체인과 연결할 때 ‘한국형 레거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예탁원의 분산원장 표준요건이 특정 기술 구조를 강제하는 방식의 규제에서 벗어나 법적 최종성, 총량 무결성, 투자자 보호 등 결과 중심의 기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탁원이 미국과 달리 퍼블릭 블록체인을 토큰증권에 허용하지 않기로 출발한 배경에는 한미 양국간 토큰화에 대한 법적 기준과 권리구조 설계 차이가 놓여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토큰화 증권을 단일 구조로 규정하지 않고 발행인이나 대리인이 자신의 증권을 직접 토큰화하는 ‘발행인 주도형(Issuer-Sponsored)’과 제3자가 기존 증권을 토큰화하는 방식을 구분했다. 제3자가 기존 증권을 토큰화하는 방식의 경우 원증권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제공하는 ‘수탁형(Custodial)’과, 원증권에 대한 직접적 권리 없이 경제적 성과만 추종하는 ‘합성형(Synthetic)’으로 구분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증권예탁결제기관(DTC)은 기존 중앙예탁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위에 토큰화 레이어를 얹는 방식으로 지난 7월 퍼블릭 체인을 포함한 실제 거래를 진행했고 오는 10월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실제 주식을 1대1로 파산절연 커스터디에 보관하고 이에 대한 수익적 권리를 토큰으로 발행하는 수탁형에 가깝다. 로빈후드의 주식 토큰은 로빈후드 자산운용사가 발행한 토큰화 채무증권으로 기초주식의 경제적 성과만 추종할 뿐 투자자가 실제 주주가 되지는 않는 합성형 구조다. 반면 한국은 분산원장 자체를 법적 효력이 있는 증권계좌부로 편입해 토큰과 증권 권리의 연결을 강하게 설계했다. 미국의 DTC가 기존 장부와 권리체계를 유지한 채 그 위에 토큰화된 권리의 이동·활용 레이어를 추가하는 방식이라면 예탁결제원은 분산원장상의 기록 자체가 실제 증권 권리와 정확히 일치하도록 관리하는 역할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분산원장 간 이동이 단순한 기술적 전송이 아니라 권리의 소멸·이전·최종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며 “토큰증권 제도 초기 단계에서 원장 참여자와 시스템 안정성, 기록의 정합성을 강하게 통제하는 접근법은 이런 제도적 차이에서 비롯된 합리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연구원도 초기 안전장치가 장기적인 시장 구조로 그대로 고착될 경우가 문제라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DTC의 기존 권리체계를 유지한 채 복수 네트워크로 자산의 이동성과 담보·환매조건부채권(Repo)·대차 활용을 빠르게 넓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분산원장 자체가 법적 권리장부라는 특성 때문에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지금의 폐쇄적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토큰화의 효용이 발행·권리관리에만 머물 가능성이 있어 향후 다른 원장과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을 초기 설계 단계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토큰증권의 성패는 결국 발행 건수보다 기존 주식·채권·펀드 중 얼마나 많은 자산이 토큰화 인프라로 전환되고 이후 결제·담보 등에 얼마나 활용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