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상철 기자]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합의한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며 관련 산업계와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 협의를 통해 대미 투자의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대형 원자력 발전소 최대 8기를 건설하는 후속 사업에 대해서도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양국 간의 경제 및 에너지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국내 건설사 및 원전 관련 기업들에게는 대규모 수주 물꼬를 트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전략적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근 텍사스주 일대에는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서면서 안정적이고 막대한 양의 전력 공급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추진되는 엔시날 프로젝트는 초기 협상 과정에서 투자 규모를 두고 양국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한국 정부는 200억 달러 안팎의 투자 규모를 검토했으나, 미국 측이 돌연 250억 달러로 25% 증액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일시적인 난항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입장을 절충하였고, 최종적으로 220억 달러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번 대미 투자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미 투자 1호 사업이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미국 텍사스 남부 라살카운티 엔시날 지역에 총 6.3GW 규모의 매머드급 가스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건설 사업은 단계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며, 1단계에서는 1.3GW 규모의 단순주기 발전소를 우선적으로 건설하고, 이어지는 2단계부터 6단계까지는 각 1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추가 건설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따라 발전소 설계, 조달, 시공을 아우르는 EPC 사업에 어떤 기업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관련 업계의 수혜 규모가 크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상장 건설사 가운데 복합화력발전 EPC 수행 능력을 갖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꼽히고 있어 이들 기업의 향후 수주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시날 발전소 프로젝트에 이어 대미 투자 2호 사업으로는 초대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총 8기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이 사업은 총 1200억 달러, 한화로 약 161조 원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이번 원전 건설 사업 가운데 2기는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원전 노형인 'APR1400' 모델을 적용하여 짓는 방향으로 양국 간의 합의가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전해져, 국내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수출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와 같은 대형 국책 사업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 간에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미 투자 프로젝트 최종 합의문 구상에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명시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오는 18일경 대미 투자와 관련된 양국의 정식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테마주들이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다. 대규모 전력 인프라 확충 및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오르비텍, 서전기전, 에너토크, 한전기술, 한신기계, 우진, 우리기술 등 원자력 발전 관련 대표주들을 비롯해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주들이 일제히 동반 상승세를 기록했다. 증권정보 기업 인포스탁에 따르면, 8일 오전 11시 10분 기준 원자력발전소 해체 테마지수는 전일 대비 6.38%, 원자력 발전 테마 4.35%, 건설 대표주 테마 4.53%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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