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융까지 부산으로?…"3500억달러 한미투자 차질 우려"
아시아경제-경제 · 2026-09-08 14:0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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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 산업·수은·기은과 부산 이전 거론되자 반발
"금융 생태계 분산 땐 수출 경쟁력 약화…해외 ECA도 금융 중심지에 있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연 '졸속적인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8.18 연합뉴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임박한 가운데 국책 정책금융기관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과 함께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를 핵심 유치 대상으로 거론하자 무보 내부에서는 국가 수출금융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보 노동조합은 8일 "수출 경쟁력의 최전선에 선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의 핵심 동력은 집적된 금융 생태계"라며 "기관의 기능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방 이전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무보는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수출기업의 거래처 발굴부터 수출대금 회수,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까지 지원하는 국가 수출금융의 핵심 기관이다. 무보가 공급하는 무역보험 규모는 연간 268조원에 달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농협중앙회·교직원공제회·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등의 일방적 지방이전 시도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25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금융기관·정부와 실시간 공조…"물리적 분산이 문제"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금융 생태계의 분산이다. 무보의 업무 특성상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정부 부처, 금융당국, 국내외 투자기관 등과 실시간으로 협의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수도권을 벗어날 경우 정책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미국의 통상정책이나 중동 정세 등 대외 위기 상황에서는 금융 지원과 정책 공조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거점이 분산될 경우 결국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최근 추진 중인 3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도 우려 대상으로 꼽았다. 무보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의 금융 지원과 수주 협상을 담당하고 있다.
노조는 "정책금융기관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서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 경우 협상과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한미 전략투자 사업 지원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차 이전 때도 수도권 잔류…"전국 지사망으로 지역 지원"
무보는 과거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에도 정책금융기관 간 연계성과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 필요성 등을 이유로 수도권에 남았다.
노조는 수십 년간 구축된 서울의 금융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본사를 이전하지 않더라도 전국 지사망을 통해 지역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무보는 전국 18개 지역 거점 지사망과 부산 해양금융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도 역대 최대인 109조원에 달한다.
노조 관계자는 "국제금융과 대형 프로젝트 관련 기능은 수도권 본사에서 총괄하고 현장 영업과 기업 지원은 전국 지사망을 통해 수행하는 현재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출금융기관도 금융 중심지에노조는 해외 주요국의 ECA가 대부분 수도나 경제·금융 중심지에 본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국 수출금융청(UKEF)은 런던, 프랑스 공공투자은행(Bpifrance)은 파리, 미국 수출입은행(US-EXIM)은 워싱턴DC에 본점을 두고 있다.
우리와 경제·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과거 일본무역보험(NEXI)의 지방 이전을 검토했지만 결국 도쿄 잔류로 정리됐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민간 금융기관과의 밀착 협상과 핵심 수출기업과의 실시간 소통 등 수출금융 특수성을 고려한 결과"라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 국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실리를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세종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부산 이전과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재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6.9.2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전문인력 이탈도 변수…"고도의 심사 역량 흔들릴 수 있어"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주요 쟁점이다. 무역보험 심사와 대형 PF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본사 이전 과정에서 전문인력이 대거 이탈할 경우 리스크 관리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옥 관리와 미화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제기했다.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의 이전이 일부 직원에게는 사실상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정부에 정책금융기관의 특수성과 국가 수출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평가해 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전 논의 과정에서 노조와 수출기업 등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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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도 '노란 간판' 줄서 있더라"…1500...노조 관계자는 "무보는 민간 금융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대규모·장기 프로젝트에 금융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과 촘촘하게 공조해야 한다"며 "무보 이전 문제는 단순히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 수출금융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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