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9억 M&A 목적 CB대금 450억 중 90억 콜옵션도 에포케에
에포케 차입에 생명과학 연결회사가 연대보증·담보 제공
[인포스탁데일리=김문영 기자] HLB그룹 상장사들이 진양곤 회장의 개인회사 에포케에 메자닌 콜옵션을 잇달아 이전하거나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HLB글로벌은 해당 권리를 에포케에 무상으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HLB글로벌과 HLB생명과학이 장부에 인식한 손실은 64억여원에 달한다. 에포케는 진양곤 회장이 지분 99%를 보유한 자본금 3억원짜리 비상장회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최근 HLB셀 지분 99.3%를 362억원에 HLB이노베이션에 넘기고, HLB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60억원을 투입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HLB이노베이션이 반복적인 적자부담과 지분희석을 떠안아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에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시장에선 그간 HLB그룹 내에서 이뤄진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이력에도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 공짜로 넘긴 콜옵션…상장사는 수십억 손실처리
HLB글로벌은 2023년 발행한 31회 BW에 붙은 제3자 지정 콜옵션을 에포케에 발행 즉시 무상으로 이전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해당 콜옵션을 별도의 금융자산으로 평가한 뒤 15억4500만원의 파생상품자산처분손실을 인식했다.
같은 방식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HLB글로벌은 32회 CB의 제3자 지정 콜옵션 또한 에포케에 발행 즉시 무상으로 이전했다. 이로 인해 회사는 24억5700만원의 손실을 인식했고 33회 CB에서는 1억5500만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진 회장 개인회사에 공짜로 넘긴 콜옵션으로 인해 HLB글로벌에서만 41억원이 넘는 파생상품자산처분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HLB생명과학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에포케가 등장했다. HLB생명과학은 2022년 에임 지분 100%를 979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대금 가운데 529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했고 나머지 450억원은 매도인들에게 10회 CB를 발행해 지급했다.
그리고 이 CB의 20%, 최대 90억원을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은 에포케 또는 에포케가 지정하는 자에게 부여됐다. HLB생명과학은 이 콜옵션의 공정가치를 23억965만원으로 평가해 파생상품거래손실로 인식했다. HLB글로벌과 HLB생명과학이 에포케 측에 콜옵션을 이전·부여하는 과정에서 인식한 손실은 합산 64억원을 상회한다.
에포케는 그 이전에도 HLB글로벌의 콜옵션 계약에 등장한 바 있다. 지난 대량보유보고를 살펴보면 2021년 체결된 29회 BW와 관련해서도 에포케는 콜옵션 보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 42억 남은 BW…진 회장 취득분엔 3억대 평가차익
HLB글로벌 31회 BW의 발행금액은 140억원이다. 이 중 에포케 또는 에포케가 지정하는 자는 최대 30%, 즉 42억원을 사올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이후 행사가격이 4886원으로 내려가면서 에포케 측의 최대 취득 가능 물량은 86만주가량으로 늘어났다.
31회 BW는 애초 HLB글로벌이 오태인 씨로부터 티아이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250억원에 인수하면서 대금의 일부로 발행한 것이다. 오 씨는 당시 티아이코퍼레이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으며 인수대금 가운데 140억원을 31회 BW로 받았다. 오 씨는 인수 이후 HLB글로벌 주요주주로 경영에 참여했고 미등기임원을 역임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2024년 3월 말 기준 31회 BW의 미행사 잔액이 정확히 에포케의 콜옵션 한도와 같은 42억원이라는 점이다. 이후 4월 중 잔여 BW는 모두 소진됐다. 공개된 대량보유보고에 따르면 오 씨는 4월4일 31회 BW 일부를 직접 행사하는 한편 17만7650주 상당을 8억6800만원에 장외매도한 것으로 신고했다. 반면 진 회장은 별도 보고에서 하루 앞선 4월3일 동일 회차 BW 동일 수량을 사실상 동일한 금액으로 장외매수해 4월4일 전량 행사한 것으로 신고했다.
HLB 측은 두 건이 별개의 거래가 아니라 오 씨가 진 회장에게 BW를 매도한 하나의 거래라고 확인했다. 공시상 거래일이 하루 차이가 나는 데 대해선 보고서별 변동일 기재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HLB글로벌 주가는 BW 행사가격을 크게 웃돌고 있었다. 진 회장이 BW를 장외매수한 4월3일 종가는 7060원으로 행사가 4886원보다 44.5% 높았다. 진 회장이 BW를 주식으로 바꾼 4월4일 종가도 6730원으로 행사가보다 37.7% 높았다. 진 회장이 BW를 취득한 시점부터 주가 기준 3억원대의 평가상 차익이 존재했던 셈이다.
◆ 개인회사 빚에 연대보증·MMF 담보
에포케와 HLB 상장사의 거래는 공짜 콜옵션에 그치지 않았다. HLB생명과학의 2024년 1분기보고서에는 에포케의 한국투자증권 차입과 관련해 HLB생명과학의 연결회사가 연대보증과 담보를 제공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당시 연결 자회사인 신화어드밴스의 15억원 MMF엔 질권이 설정됐다. 채권최고액은 10억원이었다. 에포케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HLB생명과학 연결회사가 차입 리스크 일부를 함께 짊어진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수십억원의 장부상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지배주주 개인회사에 무상으로 콜옵션을 넘긴 거래와 개인회사 차입에 상장사 연결회사의 보증·담보가 제공된 거래는 각각의 의사결정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런 거래가 여러 계열 상장사에서 반복됐다면 이사회가 어떤 근거로 각 회사 주주에게 이익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HLB 측은 “에포케 관련 콜옵션은 모두 행사되지 않은 채 종료되거나 만료돼 에포케가 이를 통해 실현한 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에포케 차입과 관련해서는 연 3%의 담보제공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약정했으며, 차입금은 전액 상환돼 계열사에 발생한 손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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