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제이알리츠]③ 운용 한계, 제도 공백 드러난 상장리츠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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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채권자 시간표 엇갈려
비슷한 자산 두고도 위기대응 갈린 운용사
첫 상장리츠 회생에 제도 공백 지적도
제이알글로벌리츠(제이알리츠) 측과 공모사채권자 모임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영국 소송 결과를 기다리며 미뤄졌던 채무조정 협상이 뒤늦게 본격화하는 셈이다. 다만 회사와 채권자, 주주가 원하는 정상화 방식과 시간표가 달라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모사채권자 모임은 영국 판결 직후인 지난 9일 회사에 협상 일정과 참석자, 주요 논의사항을 확정하자고 요구했다. 회사가 같은 날 답신하면서 양측은 15일 만나기로 했다. 당초 법원이 허용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협의 기간은 이날까지였다.
서울회생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 삼일회계법인의 중간보고서 제출기한은 오는 28일이다. ARS 시한보다 늦어 협의기간이 한 차례 더 연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주연대는 18일 기존 이사진과 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향후 정상화 역량을 점검할 계획이다.
기존 ARS 시한 넘겨 협상…주주·채권자 셈법 차이
공모사채권자 모임은 회사의 5년 변제계획 대신 2028년까지 자산 매각과 리파이낸싱을 병행하고 성과가 없으면 기한이익상실을 적용하는 자체안을 제출했다. 채권자는 회수 시점과 확실성을 중시하는 반면, 주주는 자산가치 회복을 기대할 경우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 유상증자도 채권자에게는 상환 재원이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지분 희석이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는 "권리관계와 변제 순위, 변제기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같은 사람들끼리 뭉치게 된다"며 "수만 명이 얽힌 회생 사건은 거의 없어 협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공모채 만기인 다음달 14일 전에 만기·금리 등을 조정하려면 사채권자집회를 거쳐야 한다. 소집 절차를 감안하면 이달 21일께까지는 최종 ARS안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자 측 판단이다. 공모사채권자 모임은 추가 연장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지만 다시 연장한다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현욱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연대 대표는 "주주와 사측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모사채권자들과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은 있지만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싶다"며 "개시 전 조사와 외부 자금조달 검토를 위해 9월 말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해외 오피스 위기였지만…대응 시점이 갈랐다
제이알리츠 사태로 운용사의 위기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하락해 현지 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졌지만 현금유보(Cash Trap)가 현실화하기 전에 충분한 자본을 확충하거나 차입금을 낮추지 못했다. 환헤지 정산금 만기까지 겹친 뒤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제는 신규 대주단과 추가 자금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
김 대표는 회사가 내놓은 변제계획에 대해 "면피성 계획에 가깝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며 "주주 측이 현지에 유보된 금액과 실제 상환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 규모 등을 수개월 전부터 질의했지만 8월 임시주총 때까지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유 자산이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맨해튼 오피스 두 곳뿐이라 위기 때 활용할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영국 소송까지 패소한 만큼 제이알투자운용은 실제 리파이낸싱과 신규 자금조달 능력으로 정상화 계획의 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
같은 브뤼셀 권역에 정부 기관이 장기 임차한 오피스를 보유한 KB스타리츠의 대응은 달랐다. KB스타리츠는 지난 4월 유상증자로 약 1054억원을 조달해 차입금을 갚고 부채비율을 364%에서 182%로 낮췄다. KB금융 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에 국내에서 자본을 확충해 시간을 벌었다. 현지 선순위대출 리파이낸싱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상장리츠 첫 회생 신청…'제도 공백'도 문제
제도적 공백도 남은 과제다.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리츠가 이익배당한도의 90% 이상을 배당하도록 하고, 법인세법상 위탁관리 리츠도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 환원을 위한 장치지만 현금을 보존해야 하는 회생 상황에서는 충돌할 수 있다.
제이알리츠 이사 2명은 지난 1일 국토교통부에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배당 관련 의무와 벌칙 적용을 유예하고, 채권 변제에 사용한 금액을 세법상 배당과 유사하게 인정해달라는 내용 등을 담은 제도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주주연대는 국토부뿐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도 의견과 민원을 전달했다. 국토부 건의서에는 공시 쟁점에 대한 금감원 검사 진행상황 공유와 금융위·기획재정부의 공동 제도개선 검토 요청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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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0원 내릴 때마다 25억 번다"…1340원대 원...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의 규율을 받지만 상장 이후에는 자본시장·거래소 규정이, 회생 시에는 채무자회생법까지 동시에 작동한다. 다수 개인주주와 공모채권자가 얽힌 상장리츠 부실을 이 제도들이 어떻게 조정할지는 이번 사태를 통해 처음 시험대에 올랐다.
영국 판결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이제 남은 것은 누가 얼마나 기다릴지, 언제 자산을 팔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협상이다. 제이알리츠의 향방은 현행 제도가 다수 개인투자자가 얽힌 상장리츠 부실을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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