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이동희 선임기자] 한컴(030520)이 자체 에이전틱 OS를 기반으로 3D 업무 공간을 구현한 세계 최초 AI 워크포스 플랫폼 '노마디안(Nomadian)'을 출시한다. 직원을 채용해 업무를 맡기는 것처럼 AI 에이전트로 팀을 꾸려 운영하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다. 노마디안은 미국 1인 창업가들을 정조준한 글로벌 에이전틱 OS 제품이다.
시장에서는 AI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한컴이 글로벌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컴은 1인 창업가 층이 두텁게 형성된 미국에서 노마디안의 상품성과 실용성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 세계 최초 3D AI 워크포스 플랫폼…AI 팀원들과 '나만의 회사' 창업
한컴은 전담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노마디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노마디안은 설치 없이 웹에서 바로 쓰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되는 플랫폼이다. 오는 12월 미국에서 먼저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2027년 정식 구독 서비스에 들어간다.
노마디안은 세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직무 단위로 꾸리는 AI 팀 ▲일하는 과정이 보이는 3D 사무실 ▲사람이 쥐는 최종 승인권이다.
우선 사용자는 노마디안에서 AI를 직원처럼 채용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가, 콘텐츠 마케터, 이메일 마케터 등 필요한 직무를 고르면 그 직무가 쓰는 업무 도구까지 함께 연결된다. 원하는 역할을 맡을 에이전트가 없으면 직접 만들어 업무에 배치할 수 있다. 사용자가 한 줄로 업무를 지시하면 노마디안이 일을 쪼개 AI 팀원에게 나눠 맡긴다.
AI 직원들이 일하는 과정은 3D 가상 사무실 '룸(Room)'에 펼쳐진다. AI 직원이 캐릭터로 움직여 누가 어떤 도구로 어디까지 작업했는지, 결과물이 누구에게 넘어갔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통상 결과만 내놓는 채팅형 AI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룸은 브랜드 가이드와 업무 규칙을 기억하기 때문에 매번 업무를 다시 명령할 필요가 없다.
노마디안에는 중요한 업무의 최종 승인권을 사용자에게 주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이메일 발송이나 전자서명처럼 되돌릴 수 없는 작업 직전에는 AI 직원이 멈춰서 사용자의 승인을 구한다. 가령 쇼핑몰 대표가 밤 11시에 홍보 콘텐츠와 재입고 안내 메일을 AI 팀에 맡기고 퇴근하면, 이튿날 아침 초안을 확인하고 승인만 누르면 된다.
노마디안은 한컴의 에이전틱 OS를 기초로 개발되고 있다. 한컴은 36년간 쌓은 문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토대로 AI 에이전트를 상용화했고, 이를 복수의 에이전트를 조율·통제하는 에이전틱 OS로 발전시켰다. 노마디안 프로젝트 착수 이후 빠르게 제품 상용화에 나설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이다. 한컴 측은 문서와 표, 발표자료 등 다양한 산출물을 직접 만드는 에이전트를 팀으로 묶어 3D 공간에 구현한 AI 워크포스 플랫폼은 노마디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OS는 복수의 AI 에이전트를 한곳에서 제작·실행·통제하는 플랫폼이다. 상위 에이전트가 하위 에이전트에 역할을 나누고 작업을 지휘해 결과를 취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되돌릴 수 없는 행위 직전의 승인 통제, 미승인 도구 접근을 막는 권한 관리가 여기서 이뤄진다.
민간 대기업과 정부기관, 공기업을 두루 거치며 쌓은 AX(AI 전환) 노하우가 에이전틱 OS 실증(PoC)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을 비롯한 다수 기업이 현재 에이전틱 OS PoC를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AX 사업으로는 BGF그룹의 AI 지식 검색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또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1단계 사업에 한컴피디아와 한컴어시스턴트를 공급했고, 한국서부발전에는 AI 문서작성 솔루션을 공급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는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하이누리'와 연계해 한컴어시스턴트를 공급했다. 폐쇄망 환경에서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용한 사례다.
◆ 미국 무고용 사업체 3040만 곳…"개인이 곧 기업이 되는 시장"
한컴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노마디안을 기획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고용 사업체는 3040만 곳, 연간 매출은 1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스타트업 지분관리 플랫폼 카르타(Carta) 집계에서 신규 스타트업 중 1인 창업 비중은 2019년 23.7%에서 2025년 상반기 36.3%로 뛰었다.
미국 현지의 AI 에이전트 수요도 뚜렷하다. 골드만삭스 '1만 소기업(10,000 Small Businesses)' 참여 기업 설문(2026년 1~2월)에서 소기업 대표의 76%가 이미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AI를 핵심 업무에 온전히 녹여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적합한 도구를 고르기 어렵다는 응답이 48%,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49%였다. 도구는 이미 쓰지만 업무가 끝까지 처리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추가 도구가 아니라 여러 업무 도구를 엮어 실무를 끝내는 인력이라는 것이 한컴의 판단이다.
한컴은 현지 기업들과 시장 진출 및 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타 기간 사용자 검증을 거쳐 가격 모델과 유통 채널, 현지 규제 요건을 반영한다. 미국 출시 이후에는 한국과 유럽 등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미국에서는 직원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곳이 3,000만 곳을 넘는다"며 "노마디안은 이들에게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할 AI 직원과 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노마디안은 36년간 쌓은 문서 원천기술과 자체 에이전틱 OS를 함께 보유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며 "개인이 곧 기업이 되는 시장을 열고, 글로벌 AI 워크포스 시장의 기준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컴의 AI 전환은 이미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AI 매출은 약 135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AI 매출 실적(약 89억 원)을 반년 만에 넘어섰고, 상반기 별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까지 올라섰다.
한컴은 중앙부처와 시도교육청, 금융기관 등 약 20만 곳의 B2B·B2G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B2B 고객의 AI 패키지 도입률은 올해 2분기 기준 6.2%로 글로벌 빅테크와 유사한 초기 전환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컴은 올해 별도 기준 매출 2100억 원, 영업이익 600억 원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사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바꿨다.
이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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