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상철 기자] 15일 오전 국내 증시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이 글로벌 빅파마로의 기술이전(L/O) 및 인수합병(M&A) 기대감, 그리고 내달 예정된 주요 글로벌 학회 개최 소식에 힘입어 상승 탄력을 나타냈다. 여기에 정부가 그동안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던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태 및 피임 관련 테마주로도 매수세가 확산되는 등 보건의료 및 헬스케어 관련 모멘텀이 시장 전반의 테마 형성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의 구조적 병목 현상이 오히려 차세대 타깃을 보유한 혁신 바이오 기업들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올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구개발(R&D) 투자는 소수의 검증된 타깃에만 지나치게 편중되는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신약 후보물질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물량이 단 37개 타깃에 집중되어 있어, 동일 타깃 내부에서의 임상 및 상용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실정이다.
반면, 새로운 작용 기전을 확보한 신규 타깃이 실제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속도는 오히려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2021년 당시 139개에 달했던 글로벌 신규 타깃 임상 진입 수는 2025년 기준 41개로 급감했다. 이처럼 검증된 타깃의 과밀화와 신규 타깃의 공급 부족이 뚜렷해지면서,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새로운 타깃 자체의 희소성과 내재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받는 시점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질환 영역별로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표적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비만 치료제 분야의 경우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GLP-1 유사체 제제의 핵심 한계로 지적되는 근육 감소와 투약 중단 시 나타나는 요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아밀린(Amylin), UCN2, ALK7 등이 유력한 후속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안과 망막질환 영역에서는 기존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억제 기전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웠던 혈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TIE2 및 Wnt 경로를 공략하는 기전이 치료 공백을 메우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도 표적의 다변화와 공략 기술의 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단일 암종을 넘어 여러 암종에 걸쳐 폭넓게 적용 가능한 B7-H3 타깃이나, 암세포가 변이 과정에서 스스로 생성한 유전적 결함을 역이용하는 MTAP 결손 표적 접근법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 표적을 공략하는 방식에서도 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항체를 전달체로 활용해 암세포 내부로 약물을 수송한 뒤 암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직접 분해·제거하는 표적단백질분해-항체접합체(DAC) 기술처럼, 질환 타깃을 무력화하는 플랫폼 기술의 정밀도 역시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파이프라인 도입 및 M&A를 검토할 때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된 초기 유효성 데이터, 치료 대상 환자군을 선별할 수 있는 명확한 바이오마커, 기존 표준 치료 대비 뚜렷한 임상적 차별성, 그리고 병용 요법과 적응증 확대 가능성 등을 핵심 지표로 면밀히 살핀다고 짚었다. 이 같은 객관적 근거가 충실히 뒷받침된다면 임상 개발 초기 단계라 할지라도 유의미한 규모의 기술이전이나 M&A 계약이 조기에 성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0월로 예정된 대규모 글로벌 제약·바이오 학회 일정 역시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달 6일부터 8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의약품 전시회인 ‘CPHI 밀라노 2026’이 개최되며, 이어 12일부터 15일까지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글로벌 항체-약물 접합체 콘퍼런스인 ‘월드 ADC 샌디에이고(World ADC San Diego)’가 열릴 예정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들 학회에 참가해 자체 개발 중인 핵심 파이프라인과 최신 연구 데이터를 대거 발표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금일 시장에서는 지놈앤컴퍼니, 엔젠바이오, 알지노믹스, 앱클론, 툴젠, 티움바이오, 한미약품, 올릭스 등 바이오텍과 제약주 전반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추진 소식에 따른 테마 형성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부가 경구용 임신중지약인 ‘미프진’의 국내 공식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종목군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전일 진행된 국회 정기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는 미프진의 불법 유통으로 인해 다수 여성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며, 정확한 복용법을 알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이를 정부가 방치해 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미프진이 이미 전 세계 50여 개국 이상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오랜 기간 안전성과 유효성이 통용되어 온 의약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 건강권 문제가 지난 7년간 방치된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약국에서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형태는 철저히 배제하고, 반드시 의사의 전문적 진료를 거치도록 하는 한편 복용 가능 임신 주수 역시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아 및 여성 건강에 미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의료계 단체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명확한 투약 절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이 전해지며 명문제약, 지엘팜텍, 현대약품 등 낙태 및 피임 테마주가 장중 동반 강세를 시현했다.
증권정보 기업 인포스탁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10분 기준 생명과학 도구 및 서비스 테마 지수는 전일 대비 4.45%, 생물공학 테마 지수 2.43%, 제약 테마 지수는 0.9%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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