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수요 폭발하는데 … 송전망 54개 중 20개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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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비 큰 AI 데이터센터
75% 수도권 몰려 병목 유발
송전선로 지중화 등 추진 필요
호남 재생에너지·영남 원전 등
지방 전력 공급망 확충 속도를
이같이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치볼드에서는 6곳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물과 전기를 대량 소비한다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의회에서 전격 부결되기도 했다.
AI 수요 폭증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전력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력 공급 대책을 중·단기와 장기 과제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 여름철 피크 전력 관리와 수도권 송전망 병목 해소가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대비한 전력 총량 확보가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라는 분석이다.
◆ 여름 전력 피크 관리 시급
우선 중·단기적으로는 여름철 냉방 부하에 따른 피크 전력 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여름철 냉방 부하에 따른 계절성이 뚜렷하다"며 "데이터센터 냉방용 전력 소비는 2060년까지 현재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하계 피크 시간대 전력 수급 관리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력망 병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165곳 가운데 60.4%가 수도권에 위치하며, 민간 데이터센터만 보면 수도권 집중도는 75.3%에 달한다. 연구원은 현재 문제는 발전설비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로가 부족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송전망 확충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54개 송전망 건설 사업 가운데 20개가 주민 반대와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지연 등으로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강원 신평창변전소는 주민들이 반대하며 준공이 당초 2016년에서 2028년으로 12년 미뤄졌고,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도 동서울변환소 증설이 지연되면서 준공 시점이 2019년에서 2027년으로 늦춰졌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계속 늘어
장기적으로는 전력 총량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데이터센터 총수전용량이 2040년 6.9GW 수준으로 늘어나고, 이를 토대로 2038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국가 전체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40년 국내 데이터센터 총수전용량으로 전망한 6.9GW의 약 2.7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무탄소 전원을 중심으로 한 전력 공급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38년 잉여 무탄소 발전 여력은 호남(47.1GW)과 영남(19.7GW)에 집중되는 반면 수도권과 충청권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호남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영남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단기적으로는 수도권의 기존 송전선로 용량을 늘리고 주민 밀집지역에선 지중화 등을 통해 전력망을 확충하는 한편 비수도권에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계통 여유 정보를 공개해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전기요금제와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무탄소 전원을 활용한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해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 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의 안정적인 전기 사용"이라면서 "데이터센터 증가로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전력 수급 상황 점검이 필요하며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