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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전력소비량 2038년 30TWh 전망
수도권은 전력망 포화, 지방은 통신·인력 부족
해외는 가격·규제·인센티브 총동원
지방 이전이 기업에 이익 되는 '푸쉬앤풀' 전략구사해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의 고에너지 각형 배터리를 사용한 AI데이터센터 시뮬레이션이 전시돼 있다. 2026.3.11 강진형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가 국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은 통신망과 인력 등 운영 여건은 뛰어나지만 전력망이 이미 포화 상태이고, 비수도권은 전력과 부지는 충분하지만 통신망과 정주 환경이 부족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수도권 규제와 지방 인프라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은 운영 최적지, 지방은 건설 최적지
28일 한전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해외 데이터센터 분산화 정책 추진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입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수도권은 클라우드·플랫폼 기업과 전문 인력이 밀집해 있고 인터넷 교환지점(IX) 등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신규 데이터센터를 지을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력계통이 포화되면서 신규 계통 접속이 제한되고 있으며, 전자파와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로 인허가가 지연되거나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은 전력과 용수, 부지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고 토지 가격도 저렴하다. 재생에너지 활용 여건과 주민 수용성도 수도권보다 우수하다.
하지만 통신망과 정주 여건이 부족하다. 인터넷 교환지점이 적은 지역은 장거리 전용회선을 사용해야 해 통신 비용이 늘어나고,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IT 전문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결국 수도권은 운영에는 최적이지만 건설이 어렵고, 비수도권은 ?건설에는 유리하지만 운영 경쟁력이 부족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시대…전력수요 4배 가까이 증가
AI 데이터센터 확산은 이런 딜레마를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5년 8.2TWh에서 2038년 30TWh로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5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계속 몰릴 경우 전력망 부담과 계통 보강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지방은 전력과 부지가 충분해도 통신망과 인력 부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은 규제, 지방은 지원"
보고서는 수도권 규제와 지방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푸쉬앤풀(Push & Pull)'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계통 보강 비용과 주민 민원 비용 등을 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도록 해 입지 비용을 높이고, 비수도권에는 통신망과 정주 여건을 국가가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력과 부지, 재생에너지 등 지방의 장점을 기업의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연결해 자발적인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국도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 지방에는 기반시설과 세제·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반면 전력망이 포화된 지역에는 계통 보강 비용이나 자가발전 의무 등을 부과하고, 지역별 전력 여건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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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하락은 시작에 불과?…"더 큰 위기 온다" 경고...다만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에만 별도 특례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철도, 뿌리산업 등 다른 산업에서도 동일한 특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현우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일한 정책이라도 수도권에서는 규제(Push), 비수도권에서는 유인(Pull)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수도권 잔류 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지방 이전 시 편익이 확대되는 비대칭 구조를 만들어야 기업의 입지 결정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총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인프라 조달을 확보해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 세종'을 거점으로 2028년까지 200MW 규모로 데이터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엔비디아와 최대 2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앤트로픽과 국내 GW급 AI 데이터센터 투자 협력을 논의 중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추진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 컴퓨팅 인프라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에 약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새만금 AI 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에만 5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AI 데이터센터 입지 전략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은 지방에, AI 수요와 디지털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AI 시대의 새로운 숙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종=강나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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