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철의 경제진단] 레버리지에 갇힌 증시, 생산적 금융 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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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 흔드는 혼돈의 시장
투기자금 쏠림…경제적 동력 고갈
넘치는 유동성, 혁신기업 도와야
최근 국내 증시는 전례 없는 급등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올해 들어 40번의 코스피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현재 증시가 얼마나 불안정한 지표 위에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증시 급등락의 요인 중 하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우량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이다. 이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본주의 현물 거래 규모와 맞먹는 매일 1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파생상품의 그물망 안에서 쉴 새 없이 손바뀜되며, 장 마감 동시호가마다 기계적인 리밸런싱(비중 조절) 물량이 쏟아져 나와 현물 주가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 기이한 상황은 우리 자본시장이 마주한 구조적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주가 상승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실물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자산 가격의 변화는 기존에 존재하는 교환 가치의 재평가이거나 제로섬 성격의 부의 이전일 뿐이다. 주식시장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유일하고도 정당한 이유는, 그것이 실물 경제의 '혈액'인 자금을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려보내는 자원 배분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주식 발행을 통해 모험 자본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나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그러나 최근 목격되는 레버리지 열풍은 주식시장의 본 기능에서 한참 비켜나 있다. 기업의 기초 체력이나 장기 성장 잠재력에는 눈을 감은 채, 단기적인 가격 변동과 시세 차익만을 좇아 빚을 내어 베팅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이자 비생산적인 투기에 가깝다. 과거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을 파국으로 밀어 넣었던 도화선 역시 다름 아닌 과도한 레버리지였다. 상승장에서는 달콤한 수익의 환상을 주지만, 하락장이나 횡보장에서는 복리의 마법을 거꾸로 뒤집어쓴 '음의 복리 효과'로 투자자의 원금을 갉아먹고, 급기야 시장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전이되는 것이 레버리지의 잔인한 본성이다.
정부가 주식시장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허용한 것은 글로벌 자본 유출을 막고 국내 증시를 부양하려던 근시안적인 전략이었다. 미국은 레버리지 ETF의 기초가 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거대하기 때문에 본주 전체 현물 거래량에서 레버리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기업 시총과 유동성 규모가 작은 한국에서는 그 부작용이 명백히 예견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장 수급에 대한 정밀한 고려 없이 도입된 제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 위험을 방치한 채 시장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 같은 정책 실패로 인해 한국의 주식시장은 혁신의 요람이 아니라 거대한 카지노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투기적 자금의 쏠림이 국가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장기적 투자 동력마저 고갈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눈앞의 시세 차익을 좇는 단기 자본이 시장을 지배할수록, 실물 경제의 체질은 허약해지고 예기치 못한 대외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모하게 주가를 올리기 위해 부작용을 초래하는 근시안적 처방에 치중하지 말고, 자본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투기적 베팅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넘쳐나는 유동성이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과 혁신 기업의 성장을 돕는 '생산적 금융'의 궤도로 다시 복귀해야 할 때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 혼돈을 잠재우는 유일한 길은, 자본시장이 지닌 본연의 묵직한 가치와 모험자본의 사명을 되찾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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